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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도시재생의 해방구 되다 ④

해방촌 도시재생이 가야 할 길

이인해 기자  |  2017-03-13 10:52:09
최종수정 : 2017-03-17 15: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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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은 도시 살리기를 둘러싼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드러내준다. 특히 서울시는 뉴타운으로 대표되던 과거 대규모 철거 방식에서 ‘서울형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과감히 틀었다. 마을 살리기에 주민이 기꺼이 참여했고 지역의 정체성이 고려됐다. 건물 바꾸기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 동력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형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환경개선을 넘어 경제 활력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을 수 있는 동력 형성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영국 런던의 코인스트리트(Coin Street) 도시재생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때는 슬럼화의 상징이자 낡은 도시의 대명사였던 코인스트리트는 현재 가장 모범적인 도시재생사업 모델로 통한다.

 

런던 코인스트리트에서 도시재생 해법을 묻다

 

영국 런던 템스강변 사우스뱅크(South bank) 지역은 선착장과 창고, 공장들이 가득했다. 해운업이 활황이던 때 물자가 끊임없이 드나들었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부두와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방치됐던 사우스뱅크는 국제금융도시 개발 바람이 불면서 1970년대 재개발이 시작됐다. 민간 건설회사가 초고층 빌딩을 지어 호텔과 사무실을 유치하겠다는 제안도 냈다.

 

항만·공장 노동자들이 많던 코인스트리트 주민들은 대규모 개발로 인한 집값 상승으로 돈 없는 이들이 거리로 내몰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마을만들기 사업체를 꾸리고 공원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맞섰다. 이들이 제출한 정비계획안이 대런던위원회의 지지를 받으면서 주민 중심의 재생사업이 본격화됐다. 1984년부터 주민들이 만든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CSCB)’가 기금을 모아 부지를 매입했고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식의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CSCB의 목표는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건립이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의 수익구조 창출이 중요했다. CSCB이 보유한 시설은 크게 문화복합공간인 옥소타워(OXO Tower), 가브리엘 부두 상업시설(Gabriel's Wharf),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커뮤니티 센터, 버니 스페인 가든 등이다. 시설을 통해 얻은 CSCB의 수익금은 고스란히 이 지역의 공동체 증진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 등을 세우는 데 사용됐다.

 

[코인스트리트 문화복합공간 옥소타워/자료=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

 

이렇게 주민들이 직접 나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용도 늘어났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회적 기업인 CSCB가 중심이 돼 진행한 런던의 코인스트리트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주민의 역량이 도시재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코인스트리트의 재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역주민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주민들은 직접 자산을 관리하며 임대주택 등 공공시설과 수익시설, 복지시설 등 사회적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360만 파운드(약 70억 원) 이상 수익을 창출해 다시 마을에 재투자하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시재생이 진행 중이다.  

 

레인 턱케트 CSCB 이사회 총무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진행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자리가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계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방촌, ‘해방’되고 싶은 곳에서 도시재생 해방구로

 

해방촌은 역사적 굴곡이 새겨진 동네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난민들이 산기슭에 터전을 잡은 곳. 가난과 고난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공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뭉쳐 해방촌을 ‘해방’되고 싶은 공간에서 도시재생의 해방구로 도약하고자 한다.

 

해방촌의 가장 큰 이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일일 것이다. 이미 홍대와 서촌, 경리단길 등에 이어 자본이 해방촌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한 구도심이 다시 번성해 사람이 몰려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도시재생에는 필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영국의 경우 지역별로 공동체가 구성, 공동체기업 형태로 지역자산을 소유·운영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고 있다. CSCB 공동체 기업은 버려진 부지에 협동출자 방식으로 주택, 가게, 갤러리, 식당, 카페, 공원, 스포츠시설 등을 만들고 보육, 합숙, 가족 지원,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방촌의 경우 서울시 주도로 신흥시장 환경개선을 지원받는 대신 소유주는 임대료를 6년간 물가상승률 수준에서 억제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지난한 설득 노력 끝에 소유주 44명이 전원 동의했다. 합의 내용의 핵심은 현재 임대차 계약일로부터 6년간 임차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임대료 인상도 물가상승분 안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임차권리 보장 기간 5년, 4억 원 이하 보증금 인상률 최대 9%보다 임차인 보호가 한층 강화된 수준이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임대료를 올리지만 치솟고 있는 주변 시세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동결에 가깝다.

 

[해방촌 마을기록단 발대식/자료=마을기록단]

 

이미 해방촌 곳곳에서는 공동체의 힘이 나타나고 있다. 해방촌으로 유입된 젊은 예술인들은 주민, 상인들과 어울리며 공동체를 경험하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예술인들과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해방촌 페스티벌이 대대적으로 열리고 된장, 고추장 등 전통장을 직접 담가 판매하는 마을기업인 다사리 협동조합도 있다. 이익금은 교육 공동체 건설에 쓰여 의미도 남다르다. 해방촌의 옛 역사와 기억을 보전하기 위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해방촌의 가치를 보존하고 싶은 주민들로 구성된 해방촌 마을기록단이 사진수집, 영상기록, 구술채록, 물품수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방촌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한다. 골목이 활성화되는 것은 좋지만 해방촌의 본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무조건적인 지역경제 활성화가 우선이 아닌 지역주민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상생의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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