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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역설

소득주도성장이 소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기현상에 대해

이강제 발행인  |  2018-12-07 14:44:20
최종수정 : 2020-06-15 00: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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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이 여섯 개, 의자가 한 테이블에 4개씩 총 24개인 식당이 있다. 편의상 족발집이라고 치자. 거의 저녁시간 술 손님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비교적 장사가 잘 되어서 하루에 테이블 회전수가 2회 정도 회전한다고 보자. 테이블당 보통 2~3명이 앉아서 족발 하나와 소주 두병쯤 먹었다 치면 족발값 2만원에 소줏값 8000원 합계 2만8000원이므로 하루 매출은 2만8000×6×2=33만6000원이다. 그럼 한달이면 1천만 원 남짓 된다. 주인이 주방장을 하고 서빙하는 사람 한 사람, 아내가 카운터를 본다고 하면 가게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빼고 나면 얼마나 될까.

 

보통 식자재 비중은 매출액의 30%정도 보면 된다. 임대료는 테이블 여섯 개 정도 작은 가게니까 한달에 100만원 정도라 치자. 세금과 공과금(부가가치세, 소득세, 주민세, 4대 보험료, 전기료, 수도료 등)이 약 10%정도 된다고 보면 그 또한 100만원 정도 된다. 그럼 재료비와 임대료, 세금 및 공과금을 빼면 한달에 500만원이 남는다.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의 월급은 얼마나 드려야 할까.

 

아주머니의 출근시간은 11, 가게에서 점심 먹고 순대국을 먹는 손님들 서빙하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쉬고, 오후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근무한다고 보면 하루 근무시간은 9시간이다. 물론 짬짬이 점심, 저녁 먹고 쉬는 시간이 포함된 것이지만, 일률적이지 않아서 근무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일주일에 하루만 쉰다고 했을 때 일주일 총 근무시간은 9시간×6일이니까 54시간이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8350×54×4()=180만원이니까 200만원쯤 주면 많이 주는 게 아니겠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계산을 하겠지만, 노동청의 계산은 전혀 다르다.

 

우선 주당 54시간은 일주일 최대근로시간 52시간을 초과하므로 불법이다. 가게주인이 이렇게 최대근로시간을 어기게 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진다. 또 근무시간은 하루 9시간 6일 근무하면 54시간인데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14시간은 연장근무이므로 곱하기 1.5를 해서 21시간으로 계산해야 된다. 거기다 하루 쉬는 날은 주휴일이므로 일은 하지 않았지만, 하루 근무시간 8시간을 더해야 한다. 그렇게 계산하면 일주일간 총 근무시간은 40+21+8=69시간이 된다. 그래서 한달 근무시간은 69/7×365/12=299.8시간이 된다. 300시간이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곱하면 250만5000원이 된다. 연봉으로 치면 3000만원이 훨씬 넘는다. 거기다 1년이상 근무하면 연차수당 15일치를 가산해줘야 하며, 퇴직금 250만원까지 더하면 최소 연봉 3400만원은 줘야 하는 셈이다. 그러면 실제로 아주머니에게 월급으로 주어야 하는 금액은 283만원 정도가 된다(이 계산은 실제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이 예시해서 보여준 값이다).

 

다시 원래 그 가게로 돌아가 보자. 재료비와 임대료, 세금 및 공과금을 빼면 한달에 500만 정도 남는 그 가게에서 아주머니 월급을 제하고 나면 217만원이 남는다. 주방에서 일하는 주인장의 월급이 아주머니 월급보다 작은 것은 물론, 카운터를 보는 아내의 몫은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 결국 서빙하는 아주머니를 내보내고 아내가 서빙까지 맡지 않으면 가게를 운영할 수가 없게 된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수시로 먹을 것을 챙겨줘야 하고 방과 후 학원까지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진다. 원천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늘어서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국민경제가 전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소득주도성장이론에 따라 2년만에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제도의 역설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이 가게에서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지니까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도 없게 된다. 일자리도 줄어들고 아기 출산율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려면, 대학 4년을 마치고 갓 취업한 젊은이가 받는 연봉 2500만원보다 식당아주머니가 받는 최저임금이 900만원이나 더 많은 3400만원에 이르는 이 현실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2만원짜리 족발값이 최소 4만원쯤으로 올라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 월 매출이 2000만원쯤 될 수 있을테고, 아주머니에게 그 정도 월급을 줘도 가게 주인과 아내는 둘이 합쳐서 거의 700만원 가까운 월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족발 하나에 4만원으로 올리면 손님은 과연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족발값이 두배로 오르면 임대료도 덩달아 뛸 것이고, 각종 생활요금 인상도 줄줄이 뒤따를 것 아니겠는가. 과연 다른 분야의 요금은 동결하고 족발값만 오른 상태를 희망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상상일까?

 

소득주도성장은 바로 그처럼 일하는 사람의 인건비가 늘어나더라도 매출은 비례해서 늘어나되 다른 부문의 지출이 동결되어진 희망적인 상황에 기초한, 정말 가당찮은 상상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연말쯤 되면 소득주도 성장의 결실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던 장하성실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이미 무대 위에서 사라져버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소득주도성장 대신에 슬그머니 포용성장이란 말이 떠돌기 시작한다. 무엇이 얼마나 더 다를까. 국가가 나서서 일하는 사람에겐 시간당 얼마 이상 줘야 한다, 일주일에 몇시간 이상 일 시켜서는 안 된다, 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사용자는 징역 몇 년 살아야 한다고 윽박지르고 다그치는 2018년 세모의 이 나라 풍경,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이 얼마나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도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처럼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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